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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611 우드파이어, 남천동 합리적인 파인다이닝

by 유야무야호 202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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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천동 '611 우드파이어' 후기

2022년 8월, 어머니 생신이라 오랜만에 고급스러운 식당에 모시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멀리 무엇을 먹으러 가는 것을 싫어하시기 때문에 가까우면서도 한 끼 식사가 너무 비싸지 않은 한식을 선호하십니다. 집인 대연동 근처로 해서 늘 먹는 돼지고기, 소고기, 회 말고 특별한 무언가를 열심히 찾아본 결과, 남천동에 양식이지만 한식베이스의 양식당을 찾았습니다. 바로 '611 우드파이어'입니다. 611 우드파이어는 계절 식재료를 사용해 코스를 디자인하기 때문에 코스메뉴가 월별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2022년 8월 디너코스

예약은 캐치테이블로 진행하였고, 아무래도 예약제고 코스에 회전이 빠르진 않다 보니 보증금 개념으로 인당 1만 원씩 보증금을 냈습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당시의 디너코스는 초리조 달마새우슈 / 아오리사과 관자 / 치킨타르트 / 갈치도피누아 / 아스파라거스 완두콩 수프 / 파래빵과 멍게버터 / 구운 한치 / 에이징 채끝 / 소고기 멸치젓밥 / 블루베리 타르트 순서로 서빙됐습니다. 611 우드파이어의 가장 큰 특징은 숯을 이용하는 것과 한국에서도 부산의 식재료인 액젓과 젓갈을 활용한 요리라는 것입니다. 식당 입구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숯향이 입장하면서부터 기분 좋아지는 향이었습니다. 또한 뻔하지 않은 조합의 음식들이 매일 엄청난 연구를 거듭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금액 또한 너무 비싸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저렴하지도 않아서 적당히 안심하며 먹게 되었습니다. 8월의 메뉴 중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두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는 '파래빵과 멍게버터'입니다. 가장 기대한 이유는 파래와 멍게하는 바다내음 가득한 조화가 굉장히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버터와 멍게의 조합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신선한 조합이라 어떤 맛이 날지 너무도 궁금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치킨타르트'였습니다. 비교적 일반적인 조합이라서 맛은 어떨지 대충 짐작은 갔지만 함 속에 귀하게 포장된 것처럼 좁쌀만 한 흑자갈 위에 플레이팅 되는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먹는다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그럼 디테일한 코스에 대한 평을 시작하겠습니다.

2022년 8월, 코스 메뉴

8월 코스메뉴

첫 번째, '초리조 달마새우 슈'입니다. 초리조는 스페인어인데 이베리아 반도에서 기원한 갖가지 돼지고기 소시지를 의미합니다. 이 소시지를 새우와 조합해 슈(빵) 사이에 끼워주는 애피타이저입니다. 간이 적당했고 해산물과 육고기, 그리고 빵의 조합이 산뜻해서 기분 좋은 시작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아오리사과 관자'입니다. 아오리 사과만의 상큼하고 아삭한 식감과 쫄깃한 관자의 식감이 한 데 어우러져 샐러드를 먹는 것처럼 가볍게 즐기기 좋았습니다. 세 번째, '치킨타르트'입니다. 기대했던 요리였는데 치킨 위에 올라가는 소스가 정말 많은 재료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치킨과 잘 어우러지며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독특하면서도 훌륭한 맛이었고 맛만 보고는 식재료를 가늠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네 번째, '갈치도피누아'입니다. 갈치를 갈아낸 것인지 뭉쳐서 하나의 새로운 식재료가 탄생했고 접시 바닥에 플레이팅 된 체다치즈소스와 갈치의 만남 또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다섯 번째, '아스파라거스 완두콩 수프'입니다. 앞의 가벼운 요리들의 향연이 끝이 난 것을 알리는 듯 차가운 완두콩 수프는 비주얼뿐 아니라 온도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섯 번째, '파래빵과 멍게버터'입니다. 제일 기대했던 요리였는데 사실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해산물을 좋아하지만 멍게버터는 약간 비린듯한 우니 같았고, 파래빵도 바다내음이 가득했는데 고소하게 즐기기는 어려웠습니다. 일곱 번째, '구운 한치'입니다. 한치에서 불향이 진하게 났고 올리브오일과의 조합이 이탈리아 바닷가에서 먹는 샐러드가 연상되었습니다. 여덟 번째, '에이징 채끝'입니다. 메인 스테이크였는데 추천하시기도 했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미듐레어로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조금 질겼습니다. 어머니는 피 나오는 육류를 잘 드시지 못하셔서 미듐으로 했는데 오히려 고기 씹는 식감이 더 좋았습니다. 아홉 번째, '소고기 멸치젓밥'입니다. 이때부터 배가 많이 불렀는데 마지막 입가심으로 밥을 먹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취향을 겨냥한 듯한 메뉴였습니다. 소고기가 씹히는 식감도 좋았고 멸치젓 냄새가 많이 안 나서 맛있었습니다. 열 번째로 '블루베리 타르트'입니다. 여기에 초를 하나 켜주셔서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와인'인데 이게 화룡점정이었습니다. 깜빠로 랑게로쏘 2014였는데 탄닌감도 적당하고 드라이했으며 달지 않은 레드와인이었습니다. 이후에 포도(PODO)에 가서 찾아봤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총평

장작 타는 듯한 숯향과 부산식 젓갈, 액젓의 새로운 연구로 인해 탄생된 음식들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셰프님의 수많은 고민들이 보였고 계절마다, 월마다 조금씩 바뀌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어 다음에 와인 한잔 마시러도 가볼 생각입니다. 611 우드파이어 꼭 한 번 가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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