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플롯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여고생 문동은이 이유도 없는 지독한 괴롭힘과 폭력에 시달린 후 18년 간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하여 복수하는 것이 주된 플롯입니다. 그녀를 괴롭혔던 주동자는 박연진이며, 그 주위의 친구들을 앞세워 매일같이 문동은을 괴롭히는 것을 즐깁니다. 특히 고데기로 맨살을 태웠던 일은 매일 그녀에게 고통의 기억을 상기시킵니다. 끊임없는 괴롭힘과 가난한 자신의 삶에 지친 동은은 학교를 자퇴하고 모든 삶을 복수에 맞추어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동은은 그들의 삶을 추적하며 공장에서 일을 해 돈을 벌고, 교육대학교에 진학해 마침내 초등학교 교사가 됩니다. 박연진의 자녀를 볼모로 잡기 위함입니다. 동은은 박연진의 집 근처에 자기의 집을 구해서 그들의 삶을 지켜보며 매일같이 복수를 다짐하고 자신의 계획을 점검합니다. 동은은 연진의 집에서 나온 영수증으로 연진의 발목을 잡을 증거들을 수집하다가 자신의 복수 계획을 어떤 가정폭력을 당하는 여성에게 들키게 되고 그 여성의 복수 또한 이뤄주는 조건으로 그 여성과 동은은 조력자가 됩니다. 이 여성은 동은의 복수 대상들의 스토킹과 사진촬영을 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러던 중 과거 동은이 대학을 다닐 때 인턴(의사) 여정과 재회하게 됩니다. 여정은 동은에게 바둑 두는 법을 알려줬으며 동은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후에 이 바둑으로 연진의 남편에게 접근합니다. 그렇게 동은은 1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때의 고통에서 허덕이며 아주 차근차근, 그리고 완벽하게 복수 계획을 이행해갑니다.
더 글로리의 작가인 김은숙은 드라마 속에 상징을 매우 잘 활용합니다. 이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각 등장인물마다 상징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문동은(송혜교)의 상징은 안개와 극야입니다. 학창시절의 절망적인 상황은 한치 앞도 안보이는 짙은 안개와 같았습니다. 그 이후 복수를 결심하고 계획해나가며 그 계획을 이행해온 현재까지 동은의 삶음 빛이 전혀 없는 극야와 같습니다. 주여정(이도현)의 상징은 따뜻한 겨울과 메스입니다. 병원장인 아버지와 의사인 어머니와 살아가고 있을 때는 아무 부족함 없이 올 곧고 밝게 큰 온실속의 화초와 같았습니다. 그랬던 그에게 악몽같은 일이 벌어지고 따뜻했던 겨울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맙니다. 의사의 상징이기도 한 메스는 한 편으론 날카로운 쇠붙이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기도하고 죽일 수도 있는 메스가 주여정의 삶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강현남(엄혜란)의 상징은 너울입니다. 너울은 바다의 크고 사나운 물결을 의미합니다. 가정폭력이라는 끔찍한 환경에서 참고 견디며 잔잔하게 살아왔지만, 극야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동은을 만나고부터 크고 사나운 물결이 되어 동은의 복수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박연진(임지연)의 상징은 백야입니다. 그녀에겐 늘 밝은 햇살만이 가득했고 어떤 어두운 행동을 하여도 그녀의 더 밝은 배경과 오만함이 그 어둠을 밝혀줍니다. 하지만 이젠 칠흑과도 같은 극야의 동은이 그 밝은 빛을 어둡게 물들여 갑니다. 하도영(정성일)의 상징은 바둑판입니다. 그의 삶은 바둑판처럼 절도있고 모든게 다 들어맞춰진 삶이었습니다. 일생을 첫수를 양보받은 흑돌처럼 살아왔지만 안개같이 흐림 동은이 나타난 순간부터 그는 백돌을 집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전재준(박성훈)의 상징은 갑입니다. 학창시절부터 박연진과 함께 동은을 괴롭혔으며 삶의 모든 순간을 오만하고 안하무인한 갑으로서 살아가며 주변의 모든 것들을 하찮게 느낍니다.
총평
이 드라마는 한 줄의 대사에 모든 서사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바로 바둑에 대한 주여정의 설명입니다. "끝에서부터 가운데로, 남의 집을 부수면서 서서히 들어와야해요. 침묵 속에서 맹렬하게." 동은의 목표는 연진의 삶을 부수는 것이고 부수기 위해 서서히 자신을 연진과 함께 괴롭혔던 주변 사람들부터 서서히 부수며 끝이었던 연진의 주변 사람에서부터 시작해서 가운데인 연진까지 이르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며 이 바둑을 둘 때와 같이 냉소와 분노 사이에서 분노만 해야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고 매번 자신을 다잡는 동은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동은은 그들과는 달리 입체적인 사람입니다. 제가 말하는 입체적인 사람은 사실 보통의 사람입니다. 보통의 사람은 감정이 다채롭습니다. 한가지 감정이 팽배한 느낌일지라도 사실 사람은 그때마저 다채로운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닌 것을 상대하기 위해 사람이길 포기해야하고, 다른감정은 배제하고 오직 분노만을 차갑게 가져야만 자신의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안쓰러웠습니다. 그런데 결국 분노하는 한가지 색깔의 감정만을 가져야하는 문동은의 다짐과 신념은 결국 자신에게 등장하는 입체적인 사람들로 인해 조금씩 균열이 생겨 사람으로 돌아오는 순간들이 생기는 것을 보고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사실 원래의 동은은 찬란하고 다채로운 빛을 내는 '보통의 사람'이었는데. 아무리 검은색을 뒤집어 써도 검은색이 될 수 없었던 한 여자의 삶이 찬란히 물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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